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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산책일지

반려견 산책이 귀찮을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한 가지

by 풍산이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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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려견이 귀찮은 게 아니라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게 솔직히 귀찮았던 것 같다. 일이 바쁘고 생활이 정리가 되지 않다 보니 내 일상을 챙기는데 급급해서 작고 무력한 우리 집 댕댕이의 산책을 너무 미뤄왔던 것 같다. 얼마 전 건강검진 때 심장이 비대해졌던 주요 원인은 수분 부족이었지만 산책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혈중 산소농도가 적어도 혈액 점도가 높아진다는 말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일상 산책을 통해 호흡해야 하는 산소가 부족했으니 심장이 무리해서 뛰었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반려견 주인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크게 화가 났다.

 

더 이상 예전처럼 나의 나태함으로 인해 댕댕이의 건강이 뒷전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리 건강검진 때 의사 선생님께서 반려견 산책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적어도 1회 15분은 해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겨우 하루에 합쳐서 30분 산책이었는데, 그걸 못한 나 자신이 너무 미웠다. 그렇게 잠시 자책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오빠 노릇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병원에서 나왔다.

 

그리고 오늘까지 10일간 딱 하루의 아침 산책 제외하고는 아침, 저녁 산책을 매일 했다. 처음 산책을 시작한 동기는 제리가 아프다는 것이었지만, 산책을 하면 할수록 제리와 유대가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소리에 민감한 제리는 사람이 지나가면 산책을 하다고 멈추곤 했다. 철판으로 된 하수구 덮개를 지나갈 때도 철을 발로 밟을 때 나는 특유의 쨍하는 소리가 거슬려 화들짝 놀라곤 했던 제리였다. 그런 제리가 산책을 시작한 지 3일째 됐을 때부터 외부 환경과 소리에 조금씩 적응하는 것 같이 보였고, 놀라는 빈도수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댕댕이 산책을 귀찮아 미루던 내가 변했다. 오히려 산책을 하지 않은 날에 밀려오는 찜찜함이 너무 싫었다. 이건 아마도 산책 시에 내가 운동을 할 때처럼 '세트 개념'을 도입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 '1세트 10회, 총 3세트'처럼 세트 개념을 적용하면 운동을 억지로라도 하게 된다. 내 경우에는 반려견 산책 때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회에 1세트, 1세트 15분의 개념을 도입했다. 아침, 저녁으로 1세트(15분)만 하고 더하지도 말자. 더하면 내가 힘들 것 같고, 덜하면 제리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니 상호 평화를 위해 딱 15분만.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적당한 의무감이 생기면서 반려견 산책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됐다.

 

산책을 한 지 10일이 된 지금 나는 제리와의 산책이 너무 즐거워진 것 같다. 이제는 의무감이 아니라 나의 당연한 책임이고 행복이 된 것 같다. 제리도 나만큼이나 행복해지고 있을 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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