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는 산책을 너무 싫어한다. 어릴 때부터 산책을 정기적으로 시켜주면서 야외활동에 재미를 붙여줬어야 했는데, 이건 모두 내 탓이다. 아무튼 산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하네스 입히기부터 삐끄덕 거린다. 보통 하네스에는 철이나 플라스틱 재질의 버클이 달려있는데 이걸 채울 때 '딸깍'하고 소리가 난다. 보통의 강아지들은 문제없이 잘 착용하기 때문에 버클형 하네스가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반려견처럼 소리에 예민한 강아지들은 이 버클형태의 하네스가 정말 불편하다. 착용 시 딸깍하는 소음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을 해서 하네스 버클을 채우려면 세네번 정도는 물릴 각오를 해야한다. 운좋게 버클을 끼우는데 성공하더라도 하네스를 벗길 생각을 하면 정말 눈앞이 캄캄해진다. 또, 그렇게 하네스를 억지로 입히고 나서 산책을 하면 제대로 된 산책이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바깥에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데, 거기다 입기 싫은 옷을 억지로 입혔으니 말이다.
하네스를 입힐 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면 좀더 잘 입지 않을까 해서 사용하던 하네스에 간식을 올려둬 보기도 하고, 하네스로 터그놀이도 해보면서 하네스에 천천히 적응해갈 시간을 준 적이 있다. 그리고 버클 소리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일부러 버클이 맞부딛히는 소리를 내고, 소리가 날 때마다 간식을 하나씩 피딩하는 방법도 취해봤다. 하지만 버클소리가 다 이겼다. 여전히 버클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결과는 대실패였다.
나는 비싼 값을 주고 산 버클 달린 하네스는 입히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 대신 예전에 사두고 몇 번 사용하지 않았던 오래된 하네스를 창고에서 꺼낸 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 하네스는 면으로된 줄을 당겨서 하네스 본체를 몸에 밀착시킨 후에, 집게로 고정하는 방식이라서 버클이 없다. 집게 형식이기 때문에 버클을 끼울 때와 같이 철이나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목줄을 연결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조금 소리가 나기는 한다.) 그래서 하네스 본체에 반려견의 다리를 집어넣을 때를 제외하고는 강압적으로 힘을 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
단점이라면 이런 하네스가 보편적인 형태가 아니고, 버클처럼 강력한 고정력이 없기 때문에 줄 형태로 고정하는 하네스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 쇼핑 플랫폼을 여러군데 찾아봤지만 99%는 버클형태의 하네스만 있다. 사실 뭐 한 곳이라도 줄 쪼임 방식의 하네스를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디자인이 예쁜 제품을 찾기가 어렵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예쁜 하네스,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이 욕심을 채우려면 제리에게도 버클을 채워야하니까. 나는 진작에 포기했다.
요새는 하네스를 비교적 잘 착용하지만 그래도 벗길 때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과 공수가 들어간다. 가끔은 하네스 착용 때문에 나까지 예민해지곤 한다. 그럴 때는 산책을 할 마음이 싹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반려인으로서 의무는 다해야하니까 그럴 땐 화를 꾹 참고 인내한다. 그래도 막상 이 녀석과 산책을 나가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고 있으면 마음이 녹는다. 아무쪼록 반려견 산책이 내게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산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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